넷-책
사양 - 다자이 오사무
주황
2012. 3. 19. 19:21
"죽자고 마셔대는 거야. 살아 있다는 게 서글퍼 견딜 수가 없어. 외로움, 쓸슬함, 그런 배부른 감정이 아니라, 그저 슬퍼, 칙칙해. 나를 둘러싼 사방의 벽에서 탄식 소리가 들려오는데, 나만의 행복 따위가 있을 리 없잔아. 자신의 행복도, 영광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인간은 어떤 기분이 들까. 노력. 그런 건 그저, 굶주린 야수의 먹이가 될 뿐이야. 비참한 인간들이 너무 많아. 재수없지?"
"아뇨."
"사랑만 있으면 되나? 당신이 편지에 쓴 대로 말이야."
"그래요."
나의 그 사랑은, 꺼져가고 있었다.
-287p-
[나오지의 유서]
나는 내가 왜 살아 있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나는 , 나란 잡초는 이 세상의 공기와 태양 빛 속엣 숨쉬기가 힘들어. 살아가기엔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단 말이야. 모자란다구. 지금까지 버틴 것도, 그것도 최대한의 발악이었어.
인간은 모두 똑같다.
이건, 정말, 사상일까. 이 납득할 수 없는 말을 만들어낸 사람은 종교가도, 철학자도, 예술가도 아니라고 생각해. 이건, 민중끼리의 술자리에서 뿜어나온 말이야. 구더기가 끓듯, 언제, 누구의 입에서 나왔다고 할 것도 없이, 뭉글 뭉글,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나와, 온 세상을 뒤덮고, 서로를 낯설게 갈라놓은 거야.
이 불가사의한 말은 민주주의와도, 마르크스주의와도 전혀 관계없는 말이야. 그건 틀림없이, 술판에서 못난 놈이, 잘남 놈을 향해 내뱉은 말일 거야. 모두가 알고 있는, 초조함이야. 질투라구. 그 말엔 사상도 뭐도 없어.
하지만 술판에서의 터져나온 이 원망이 이상하게도 고매한 사상의 가면을 쓰고 민중 사이를 행진하고, 민주주의와도, 마르크스주의와도 아무 관계없는 말인데, 언젠가부터 그 정치 사상, 경제 사상과 맞물려 묘하게 비열한 것으로 전락하게 대버린 거야. 메피스토라도, 이런 터무니 없는 말을 사상과 바꿔치기하는 일 따위는, 양심에 찔려서 차마 못 했을지도 몰라.
인간은, 모두, 똑같다.
이 얼마나 비굴한 말인가. 인간을 혐오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경멸하고, 일말의 자존도 없이 모든 노력을 포기해버린 말. 마르크스주의는, 일하는 자의 우위를 주장하지 똑같다고는 하지 않아. 민주주의는, 개인의 존중을 주장하지 똑같다고는 말하지 않아. 그저 규타로만 이렇게 말했을 뿐이야.
"에에. 아무리 영악하다고 해도, 모두 똑같은 인간 아니야?"
왜 똑같다고 하는가,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는가, 노예 근성의 복수.
난 죽는 게 나아. 내겐 남들이 말하는 생활 능력이란 게 없어. 돈 때문에 남들과 겨룰 만한 힘이 없어. 나는 사람들을 협박하고 그들 앞에 큰소리를 칠 수가 없어.
생각해보면, 결국 나의 죽음은 자연사야. 인간은 사상만으로 죽을 수 있는게 아니니까.
-289~304p-
하지만 우리는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워. 태양처럼 살아갈 작정입니다.
-307p-
"아뇨."
"사랑만 있으면 되나? 당신이 편지에 쓴 대로 말이야."
"그래요."
나의 그 사랑은, 꺼져가고 있었다.
-287p-
[나오지의 유서]
나는 내가 왜 살아 있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나는 , 나란 잡초는 이 세상의 공기와 태양 빛 속엣 숨쉬기가 힘들어. 살아가기엔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단 말이야. 모자란다구. 지금까지 버틴 것도, 그것도 최대한의 발악이었어.
인간은 모두 똑같다.
이건, 정말, 사상일까. 이 납득할 수 없는 말을 만들어낸 사람은 종교가도, 철학자도, 예술가도 아니라고 생각해. 이건, 민중끼리의 술자리에서 뿜어나온 말이야. 구더기가 끓듯, 언제, 누구의 입에서 나왔다고 할 것도 없이, 뭉글 뭉글,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나와, 온 세상을 뒤덮고, 서로를 낯설게 갈라놓은 거야.
이 불가사의한 말은 민주주의와도, 마르크스주의와도 전혀 관계없는 말이야. 그건 틀림없이, 술판에서 못난 놈이, 잘남 놈을 향해 내뱉은 말일 거야. 모두가 알고 있는, 초조함이야. 질투라구. 그 말엔 사상도 뭐도 없어.
하지만 술판에서의 터져나온 이 원망이 이상하게도 고매한 사상의 가면을 쓰고 민중 사이를 행진하고, 민주주의와도, 마르크스주의와도 아무 관계없는 말인데, 언젠가부터 그 정치 사상, 경제 사상과 맞물려 묘하게 비열한 것으로 전락하게 대버린 거야. 메피스토라도, 이런 터무니 없는 말을 사상과 바꿔치기하는 일 따위는, 양심에 찔려서 차마 못 했을지도 몰라.
인간은, 모두, 똑같다.
이 얼마나 비굴한 말인가. 인간을 혐오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경멸하고, 일말의 자존도 없이 모든 노력을 포기해버린 말. 마르크스주의는, 일하는 자의 우위를 주장하지 똑같다고는 하지 않아. 민주주의는, 개인의 존중을 주장하지 똑같다고는 말하지 않아. 그저 규타로만 이렇게 말했을 뿐이야.
"에에. 아무리 영악하다고 해도, 모두 똑같은 인간 아니야?"
왜 똑같다고 하는가,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는가, 노예 근성의 복수.
난 죽는 게 나아. 내겐 남들이 말하는 생활 능력이란 게 없어. 돈 때문에 남들과 겨룰 만한 힘이 없어. 나는 사람들을 협박하고 그들 앞에 큰소리를 칠 수가 없어.
생각해보면, 결국 나의 죽음은 자연사야. 인간은 사상만으로 죽을 수 있는게 아니니까.
-289~304p-
하지만 우리는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워. 태양처럼 살아갈 작정입니다.
-30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