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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세계 - 막스 피카르트

주황 2013. 10. 19. 11:29

 


침묵의 세계

저자
막스 피카르트 지음
출판사
까치 | 2010-07-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가장 강한 언어와의 만남!침묵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하는 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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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와 침묵

 

 

1.

자기 본질 속에 아직도 침묵이 존재하는 인간은 그 침묵으로부터 외부 세계로 움직여 나아간다. 침묵이 그 사람의 중심이다.

 

침묵의 실체가 자신의 내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간이라면, 그의 모든 움직임은 그 자신의 침묵에 의해서 지배된다.

 

그러한 인간은 명백하게 현존하고 있으며 그의 말 또한 명백하게 현존하고 있다.

 

그러한 인간은 안정 속에서 경직되지 않는다.

 

침묵은 모든 경계선을 넓히고, 그리하여 안정은 자기 자신을 넘어서 밖으로 뻗어나가게 되며, 그 때문에 결코 경직되지 않는다. 그때에는 불안정도 인간을 소진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침묵의 진동에 불과할 테니까.

 

그러나 침묵이 더 이상 작용하지 않는 곳에서는 "안정이 경직되는 까닭에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불안정은 인간을 소진시키는 까닭에 그 속에서 인간은 견딜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끊임없이 어느 하나에서 다른 것으로 무겁게 나아갈 수밖에 없고, 그의 모든 시작 속에는 불가피하게 불안함이 스며드는 것이다."(괴레스)

 

2.

침묵의 힘이 미치는 곳에서의 개개인은 자신과 공동체 간의 어떠한 대립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오늘날 개인은 보편적인 소음과 마주해 있다.

그는 소음으로부터도 고립되고 침묵으로부터도 고립되어 있다. 그는 버림받은 자인 것이다.

 

고독은 침묵으로서 인간 앞에 존재하고 있다. 옛 성자들이 고독 속으로 들어가서 마주쳤던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침묵의 객관적인 고독이었다.

 

그러나 고독이 다만 인간 내부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곳에서는 인간은 고독에 의해서 소진되고, 고독에 의해서 수축된다.

 

3.

자신의 내부에 침묵하는 실체가 아직 존재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내부를 살펴야 할 필요가 없다. 그에게는 모든 것을 의지의 도움으로 정돈할 필요가 없다. 서로 대립되는 것을 가라앉히는 침묵하는 실체의 힘에 의해서 많은 것들이 저절로 정돈된다. 그러한 인간은 서로 맞지 않는 여러 가지 특성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떤 위기에 이르지 않을 수 있다. 침묵하는 실체 속에는 서로 대립되는 것들을 위한 충분한 공간이 있는 것이다.

 

서로 대립되는 것들 사이에는 침묵하는 실체가 중재를 한다.

그럴 때에만 인간은 자기 자신의 모순을 초월하게 되며, 유머를 가지게 된다.

"끝없는 쾌활함이 필요하며, 자기 자신의 모순을 완전히 초월하여 그 모순 속에서 괴롭고 불행해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필요하다."(헤겔)

침묵하는 실체가 없다면, 그 모순은 논란에 맡겨지고 그리하여 동요가 생긴다. "행복과 안락"은 사라지고 유머는 끝난다.

 

오늘날에는 침묵하는 실체가 전혀 없다. 모든 것들이 반항적이며 위협적으로 언제나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그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침묵 속에 가라앉힐 수 없게 된 인간은 그것을 공허한 빈 말들 속으로 발산시켜 가라앉게 한다.

 

한 인간의 내부에 침묵하는 실체가 존재하고 있을 때 그의 모든 특성들은 그 실체 속에 중심을 두게 된다.

 

그의 한 특정의 결함이 그렇게 쉽게 다른 특성에게까지 전염되지는 않는다. 그 결점은 침묵에 붙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묵하는 실체가 없다면 인간은 단 한 개의 결함에 의해서도 부식될 수 있고, 그리하여 그는 더 이상 한 인간이 되지 못하며 완전히 결함 그 자체에 불과해지게 된다. 그것은 마치 결함 그 자체, 악 그 자체가 인간의 모양을, 인간의 탈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침묵이 없다면 변화는 실현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변화할 때 인간이 자신의 모든 과거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가 지나간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 침묵을 놓을 수 있을 때뿐이기 때문이다.

침묵이 결여된 오늘날의 인간은 더 이상 더 이상 변신할 수가 없다. 다만 발전할 수 있을 뿐이다.

 

p70~81

 

 

 

나의 내면에 침묵이 존재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