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 니콜 크라우스
용서하려고 노력했다고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도. 분노가 나를 압도하던 시절도 있었다. 내 안의 추악한 심성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렇게 쓰디쓴 감정에는 어떤 만족감도 있었다. 스스로 불러들인 일이었다. 밖에 서 있던 그것을 안으로 불러들인 셈이었다. 내가 세상을 노려보자 세상도 나를 노려보았다. 우리는 서로 혐오하며 얽혀 있었다.
(...)
솔직히 말하자면 실제로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더 이상은 아니었다. 오래전에 내 분노를 공원 벤치에 내려놓듯 내려놓았다. 그런데도. 너무 오래전의 일이어서 다른 식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하루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 중얼댔다. 너무 늦은 건 아니야. 처음 며칠은 어색했다. 거울 앞에서 미소 짓는 연습도 했다. 결국 돌아왔다. 나를 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진 것 같았다. 내가 가게 놔두자 무언가가 나를 가게 놔주었다.
-32
내 폐에서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이 세계도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았다. 우리는 바뀌고 또 바뀐다. 개가 되었다가 새가 되었다가 또 언제나 왼쪽으로 기우는 식물이 된다.
-114
새 양복으로 갈아입고 선반에서 보드카를 꺼내 한 모금 마시고 손등으로 입을 닦았다.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백 번도 더 했을 그 몸짓을 되풀이한 것이다. 알코올의 날카로움이 슬픔의 날카로움을 대체하면서 눈이 반쯤 감겼다. 술이 모두 없어지자 춤을 추었다. 처음에는 느리게. 점점 더 빠르게. 발을 구르고 다르를 찼더니 무릎에서 소리가 났다.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가 추던 춤을 추면서 발을 구르고 몸을 구부리고 발을 찼다.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춤출 때 눈물이 흘러내렸고, 발이 얼얼해지고 발톱에서 피가 났다.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으로 춤을 추었다. 삻을 위해 의자 위로 넘어지고 돌다가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춤추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마룻바닥에 쓰러져 거의 죽을 지경으로 침을 뱉으며 속삭였다. 인생을 위하여!
(...)
그러나 난 유리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120
나는 사물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돌이켜보니 나는 늘 노력해왔다. 내 묘비명은 이럴 수도 있겠다.
레오 거스키: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다.
-170
리트비노프는 진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같이 사는 것이다. 그건 코끼리와 함께 사는 것과도 같았다. 그의 방은 작았다. 아침마다 화장실에 가려면 진실 옆을 간신히 돌아가야 했다. 팬티를 입으러 옷장에 갈 때는 진실이 그의 얼굴에 주저앉지 말기를 기도하며 진실 아래로 기어가야 했다. 밤에 눈을 감을 때면 진실이 위에서 배회한다고 느꼈다.
-219
때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생각한다. 때로 내 일생에 대해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삶을 살았다. 어떤 종류의 삶이었을까? 하나의 삶을, 살았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참을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다.
-316
이제 내 인생도 거의 끝났다.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일은 바로 변화의 능력이엇다고 말할 수 있다. 하루는 사람이었는데 다음 날이 되니 사람들이 날 개라고들 한다. 처음에는 참기 힘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을 실패로 여기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 소위 인간적(더 좋은 단어가 없다.)이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고 깨달으면서 신이 나는 순간도 있었다.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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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만이 유일한 실제적인 세계인 그가 있었다.
그녀를 잃어버리고, 그는 자신의 모습을 지우지 못하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실제의 삶이나 환상의 삶 어느것에도 뿌리 내리지 못한 그가
사실은 불가능하지만, 또 불가능하다고 믿는 것들이 실제로 가능한 '알마'와의 만남을 통해 실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