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 전혜린

넷-책 2011. 1. 25. 00:12

이모든괴로움을또다시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전혜린 (민서출판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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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란 우리를 소모시키고 파괴시키는 격렬한 열정이다.
권태란 이제 서로 신뢰할 수 없게 된 옛 공범자 두 명사이의 무서운 증오감이다.
-p.44


나는 가시를 하나 품고 있다.
내 가슴의 가장 깊은 곳에.
때때로 난 그곳이 아픈 것을 느낀다.
그러면 난 아주 아주 홀로 가장 어두운 방 속에 있고 싶어진다.
거기서 촛불이 타는 것을 바라보고 싶다.
그러나 난 또한 뜨겁게 갈망한다. 사람을! 인간의 사랑과 따스함을.
내가 가장 동경하는 것은?
어머니! 어머니가 그래야만 하듯이 사랑에 충만하고 오직 사랑뿐인....
-p.63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중에서
사랑에 관해서는 아무리 자신을 속이려고 해도 안 돼. 사랑이란 뛰어 들어갈 수 있는 따뜻한 목욕물처럼
쉬운 게 아냐. 그릇된 짓을 하지 않고선 불가능하지. 배짱도 있어야 되고, 거기다 체력도 필요하거든.
네가 사치스럽고 깨끗한 영혼을 혹시 더럽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참을 수 없다면 즉시 산다는 걸 단념하고
성자라도 되는 게 좋지. 왜냐하면 인간이기 때문이야. 현세나 내세,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하거든.
-p.92


단 한 번인 이 삶에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의 맨 끝을, 맨 속을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아는 데까지 알아보고
그 과정에서 죽는 것 - 애써서 노력하다가 쓰러지는 것, 이것이 삶의 참 모습이다.
-p.142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하여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 된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 버리고 나면 우리는 보다 가난하고 보다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이다.
사람은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다.
-p.158


매일매일이 마개를 잃은 지 오래되는 사이다같이 맛 없이, 흥분 없이, 열정 없이, 비약 없이 흘러가고
없어지는 것 일까? 인공적으로라도 열정을 만들고 싶다. 억지로라도.....
인공적인 열정, 강요한 열정....

'그리고 너의 사랑의 발작을 주의하라!
 고독한 자는 그가 만난 자에게 너무도 빨리 손을 내민다.
 너는 많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서는 안 되고 단지 앞발을 내밀어라.
 그리고 네 앞발에 발톱도 있기를 바란다.'
-p.179


나는 잊지 않았다. 내가 살아온 길을.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를 두꺼운 안개처럼 덮어 씌우는 이 심장의 냉각이 굳어져 응고해 버리면
아마 나는 더 이상 아픔도 고독도 느끼지조차 않을 것이다.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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